작성일 : 17-01-26 21:45
가족 드라마 속 인권침해 분석
 글쓴이 : 미디어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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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 가족드라마 속 인권 침해 분석

윤용섭기자 2015-09-07 
 

“당신이 뭘 알아” “넌 이런 것도 못 배웠니?”

헐뜯고 무시하고 비수꽂고…가족이라는 말이 부끄럽다

“가족인데 뭐 어때?” 지난 7월18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과도한 스킨십 때문에 고민이라는 부녀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자신을 여전히 아이로만 생각하고 진한 스킨십을 한다”는 여학생과 “딸인데 무슨 문제가 되냐”는 아빠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던 것. 이날 시청자들은 “아직 미성년자인 딸이지만 한 인격체로 보고 그에 맞는 태도를 취해주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나가야 할 가족 드라마가 오히려 가족 간의 소통을 막고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식상하고 고리타분한 내용 일색에 가족에 대한 인권 침해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점검이 필요해 보였다.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의 모니터링을 참고해 일일드라마 속 인권 침해 사례를 들여다봤다.

◆드라마 속 가족간의 갈등

고부관계는 가족드라마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인권 침해 사례의 대표적 구도다. 며느리를 쥐 잡아먹을 듯하는 시어머니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죄인처럼 고개를 수그리는 며느리의 관계는 가족이 아닌 갑과 을의 관계에 가깝다. MBC ‘딱 너 같은 딸’에서 은숙(박해미 분)은 집안의 여왕벌 같은 존재다. 부잣집 딸이자 백화점의 대주주인 은숙은 남편부터 아들·며느리까지 모두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이리저리 휘두른다. 며느리에게 대놓고 “좀 없는 집이랑 결합해야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달 종영한 KBS2 ‘오늘부터 사랑해’ 역시 잘못된 시어머니상의 전형이 그려졌다. 며느리의 잘못을 꼬집으며 욕할 때는 늘 사돈 식구까지 싸잡아 비난한다. “넌 이런 것도 못 배웠니”부터 “가정교육하고는…” 식으로 확대된다.

그런가 하면 MBC ‘위대한 조강지처’에 나오는 시어머니(양희경)는 “내 아들인데”의 표본이다. 아들 이성호(황동주)를 한 명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아직도 치마폭에 싸고 돌아야 할 아들로만 여긴다. 부부관계 참견도 도를 넘어섰다. “네가 제대로 안해서 그래”라는 식으로 모든 잘못을 며느리 탓으로만 돌린다. 시어머니의 “내 아들” 타령 앞에 며느리로서의 인권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드라마 속 부부 관계의 묘사도 심각하다. 수평적 관계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원수처럼 미워하거나 수직관계가 대부분이다. KBS1‘가족을 지켜라’의 가부장적인 우진(재희) 집안의 남자 3대는 집안 여자들에 대해 “그럴 만하니까 그랬겠지” “당신이 뭘 잘못 알았겠지”라며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는다. ‘딱 너 같은 딸’에서의 마정기(길용우)도 우진 가족 남자들과 비슷하다. 마정기는 모든 것이 다 부인 홍애자(김혜옥) 탓이다. 가족·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마정기는 아내의 못다한 소임만을 끝까지 물고 넘어진다. 서로 어려워해야 마땅할 사돈 관계도 권력 관계로 내려앉은 지 오래다. ‘딸 가진 부모가 죄’ ‘돈 없는 부모가 죄’가 된 양상은 이제 드라마에선 너무도 자연스럽다.

가진자의 없는 사람에 대한 무시 만연
음모·집착·거짓말 등 구태에 피로감
"연출자부터 인권 존중의 자세 갖춰야"

◆인권 침해 양산하는 장치들

드라마에서 갈등은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하지만 양극단으로 치닫는 드라마 속 갈등은 시청자로 하여금 걱정 섞인 우려와 함께 피로감을 동반한다. 인물 설정에서부터 전개까지 극단을 달리고 있는 SBS ‘돌아온 황금복’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 드라마는 갈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죽음이라는 요소까지 동원했다. 폭력과 음모를 동반한 극단적인 죽음이다. 이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와 계략, 거짓말이 동원되고 그 과정에서 인권도 무시된다.

‘오늘부터 사랑해’에선 한국드라마의 전형적 갈등 구조를 앞세운다. 출생의 비밀과 3각·4각 관계 사랑, 그로 인한 집착이 그것이다. 특히 이 드라마는 자식·부모 관계는 물론 연인 사이에 이뤄지는 사랑에 대한 집착을 갈등 요인으로 부각시켰다. 우진을 사랑하는 세령의 집착이 그 경우인데, 정상적 성인이라면 상대의 거절 의사에 물러설 줄 아는 예의를 갖춰야 하지만 세령은 물러설 줄 모르고 편집증적인 애정 공세를 퍼붓는다. 윤승혜(임세미)를 납치하듯 차에 태우는 정윤호(고윤)의 태도도 그렇다. 극중에선 이를 남자의 매력, 또 다른 사랑의 방식으로 포장한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차에 태우고 달리는 건 엄연한 납치이자 데이트 폭력임에도 말이다.

더 큰 문제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이야기 방식이다. 돈 많은 주인공들은 돈이 마치 사람 위에 있는 양 사람을 부리는 데 악용한다. ‘가족을 지켜라’의 고 사장은 돈으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때문에 딸 예원이 가난한 집안 아들인 우진과 연인 관계가 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고 사장은 그런 우진에게 “오려면 가족을 버리라”고 말한다. 돈이 없는 이들을 무시하는 건 예원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으면 부자의 자비를 고맙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고, “가난하다고 자존심마저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우진의 항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물질 만능주의에서 기인한 부자들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무시와 인권 침해를 드라마의 주요 축으로 삼는 안일한 제작 태도가 만연하고 있다.



◆가족드라마가 가져야 할 자세

위에 언급한 드라마들은 온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저녁 시간대 일일드라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헐뜯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권력 관계에서 승자가 되기만을 바라는 인물과 이야기로 극이 채워진다. 사람들은 변화하고 시대는 빠르게 흘러가고 있지만 드라마는 여전히 구태와 악습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신선한 소재 발굴이다. 고정 시청자층만을 위한 진부한 소재를 반복하기보다는 다양하고 건강한 가족 이야기로 세대 통합에 힘써야 한다.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은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고, 부부는 물론 연인관계에서도 서로를 존중해야 하며, 고부관계 역시 존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당연한 인간애를 작가와 연출자가 먼저 갖춰야 한다”며 “가족드라마로서 가족의 갈등보다는 가족이라는 기본 사회 단위에 대한 이해를 우선한다면 세대를 아우르며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진정한 가족드라마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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